– 중년 이후, 쉼 앞에서 불편해지는 마음
요즘 이상하게 시간이 많아졌는데도, 마음은 더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생각… 들지 않은가? 예전처럼 쉴 틈 없이 바쁜 것도 아닌데,막상 쉬려고 하면 어색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불편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늘어나게 된다. 분명 나를 위한 시간인데, 왜 이렇게 낯설고 허전한 느낌이 들까? 혹시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를 위해 살아온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닐까? 이 글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지금, 조용히 혼자 있는 당신의 시간이 왜 불편한지,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조금씩 익숙하게 만들 수 있을지 따뜻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내 시간인데, 왜 불편할까?’
퇴근 후. 주말 오후. 갑자기 아무 약속도 없는 날. 가장 먼저 찾아오는 건 “기분 좋은 여유”가 아니라, 왜인지 모를 어색함이다. TV를 틀고, 휴대전화를 열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흘려보내지만 어딘가 불편하다. 지금 이 시간이 내가 그토록 원하던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인데도, 왠지 모르게 손이 가만히 있지 못한다. “나는 지금 쉬고 있는게 맞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나?” 마음은 조용히 내게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앞에서 불안해지는 걸까?
2.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살아왔다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선 익숙한데, 몸과 마음은 낯설다. 그건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나 아닌 것들’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가족의 일정을 먼저 챙기고 직장의 일을 기준으로 하루를 설계하고 아이의 학원 시간에 맞춰 나의 일정을 바꾸고 이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 ‘내 인생의 내 시간’은 항상 뒷순위로 밀렸다.
Q. 왜 쉬는 시간이 어색하게 느껴질까?
A. 그동안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 "혼자 있고, 조용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습관적으로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정희진(가명, 56세) “애들 다 키우고 나니까요, 갑자기 하루가 길어졌는데… 어색해요.혼자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TV만 켜놓고 있어요. 이런 시간이 올거라고는 생각을 했는데 준비해야된다는 생각도 못했고 막상 찾아오니 당황스럽네요” 정희진 씨는 가족을 돌보느라 20년 넘게 바쁘게 살았다. 이제는 시간이 생겼지만, 자기 시간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다.
3. 쉼의 불안: ‘열심히 살아야만 가치 있다’는 오래된 믿음
내가 느끼는 어색함은 단지 시간이 많아져서 생긴 게 아니다. 그 속엔 아주 오래된 가치 기준이 숨겨져 있다. "열심히 살아야 의미가 있다." "누군가를 위해 움직여야 내가 쓸모 있다." "가만히 있는 건 게으른 거다." 이런 믿음들이 내가 ‘멈추는 순간’을 죄책감처럼 느끼게 만든다. 중년 이후에 쉼은 '쓸모없음'과 ‘무력감’으로 오해되기 쉽다. 하지만 진실은, 쉼이야말로 진짜 나를 다시 회복시키는 시간이라는 것.
4. 자기 시간, 어떻게 다시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이제부터 필요한 건 아주 작고 사소한 루틴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감정’, ‘나의 호흡’, ‘나의 관심’을 하루에 5분씩 다시 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하자.
자기 시간 회복 루틴 제안
① 오늘, 내가 좋아했던 걸 하나 적어본다
예: 따뜻한 햇살, 맑은 하늘, 조용한 공기, 걷기
“내가 좋아하는 걸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리듬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② 혼자 있는 시간을 기록한다
‘무엇을 했는지’보다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를 기록해 보자
불편함도, 지루함도, 의미 있는 감정이다
③ 1일 1 감정 루틴
오늘 하루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을 한 단어로 정리
기쁨, 아쉬움, 무력감, 차분함 등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건 감정과 친해지는 루틴이다.
중요한 건 ‘멋진 취미’가 아니라, 감정이 흐를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 구조를 회복하는 것이다.
5. 어색함은 나쁜 게 아니다
중년이 되어서 자기 시간이 어색한 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건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랜 시간, 누군가의 보호자였고, 누군가의 직장 동료였고, 누군가의 배우자였다. 그렇게 ‘나’는 계속 뒤로 밀려났고, 이제야 조용히,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다시 찾아온 것뿐이다. 이 어색함은 불편함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다. 쉬는 게 불편한 사람이 가장 쉬어야 할 사람이다. 오늘 하루, 잠시라도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지금, 나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고 있나?” 그 질문에 머무는 시간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나를 위한 연습을 시작한 사람이다. 자기 시간을 갖는다는 건, 단지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아니다.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누구였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조금씩 다시 기억해 내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고, 심지어 무기력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지금까지 너무 많은 것을 감추며 달려온 나에게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된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를 위한 시간이 어색한 건, 내가 한동안 ‘나’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시간을 조금씩, 나답게 다시 채워보아도 좋다.
작은 감정 하나를 바라보는 것부터, 나를 위한 하루 한 시간의 루틴까지. 당신은 당신만의 시간에 익숙해질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건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그건 늦은 게 아니라, 지금이 딱 시작하기 좋은 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