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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by profesor 2025. 3. 31.

 “시간은 생겼는데… 마음은 더 막막해졌어요”
은퇴. 많은 사람이 이 단어에 대해 “이제 좀 쉬어야지”, “그동안 고생했어”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수십 년을 일하고, 책임지고, 가족을 위해 살아왔으니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을 살아도 되는 시기다. 그런데, 막상 그 시간이 찾아오면 생각보다 낯설다. 하루 종일 자유로운데 어딘가 공허하고,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막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기분. 많은 사람이 은퇴 후의 여유보다, 방향 없는 시간에 더 혼란을 느낀다. “이제부터 하고 싶은 걸 하세요”라는 말은, 지금 나에게는 오히려 더 막막한 명령처럼 들릴 때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 다시 찾아야 할까? 이 글은 바로 그 질문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다.

 

1.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은퇴를 하면 드디어 여유가 생긴다. 매일 아침 일찍 눈을 뜨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이거다. “시간은 생겼는데,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이 말은 사실, 진짜 하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하고 싶은 걸 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기에, 자신의 욕구를 꺼내는 법조차 잊어버린 상태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는 수십 년간 가족, 직장,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하며, 생계, 책임, 의무라는 단어가 우선순위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살다 보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은퇴 후 처음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을 때, 마땅한 대답이 없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건 ‘의지가 부족해서’도, ‘무능해서’도 아니다. 그저 우리는 그동안 너무 오래 타인의 인생에 나를 맡겼던 것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을 잘하고 싶나” “무엇으로 성공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하면서 기분이 좋은가?”를 다시 찾아가는 감각 회복 과정이다.

2.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찾아지는가?
 은퇴 후, 갑자기 ‘꿈을 꾸라’는 말은 오히려 부담스럽다. 20대의 열정과 30대의 욕망은 이제 마음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고, 지금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은 감각이 중요해졌다. ‘하고 싶은 걸 찾기’는 머리가 아닌 몸과 감정이 반응하는 실험으로 시작해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한다고 떠오르는 게 아니다. 작게 해보는 실천 → 감정 반응 관찰 → 조금 더 키워보기 이 순환이 반복되어야만, 지금의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아침 산책하러 나가본다 →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나아졌는가?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 한 권 읽어본다 → 시간 가는 줄 몰랐는가?
오래된 친구에게 먼저 연락해 본다 → 그 대화가 나를 웃게 했는가?

이렇게 감정을 기준으로 ‘기분 좋은 순간 수집하기’부터 시작해보자. 하고 싶은 일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그 일을 했을 때, 내가 나다워지는 감각이다. 또 하나. 하고 싶은 일을 ‘돈이 되는가, 사람들에게 의미 있어 보이는가?’로 판단하지 말 것. 은퇴 후 인생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고, 평가받기 위한 것도 아닌 나의 시간이다. 그 시간에 내가 기분 좋아지는 일이 있다면, 그게 바로 해야 할 일이다.

 

은퇴 후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3. 하고 싶은 걸 찾으려면, 스마트폰부터 내려놔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중장년층은 은퇴 후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나의 내면’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정보를 주지만, 나의 감정은 차단한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 끝없는 피드, “이 나이에 뭘 해도 늦었어”라는 식의 뉴스들이 내 안의 열정, 호기심, 가능성을 점점 더 무디게 만든다.
 하고 싶은 걸 찾고 싶다면, 우선 ‘조용히 나를 느낄 수 있는 공간’부터 회복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손으로 일기를 쓰거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거나, 산책하며 그냥 생각 없이 걸어보는 시간이 의외로 강력한 내면의 단서를 건져 올릴 수 있다. 디지털을 멀리하면, 정말 중요한 게 다시 보인다. ‘나 지금 이 순간 어떤 기분이지?’라는 질문이 더 자주 떠오르게 되고, 그 대답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의 조각들이 연결된다. 가장 나다운 삶은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한 순간들 속에 존재한다.

4.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목표가 아니라 ‘시도’ 그 자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뭘 하면서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을 너무 크고, 너무 무겁게 품는다. 하지만 인생의 방향은 거창한 목표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시도 하나에서 출발한다. 하고 싶은 걸 몰라도 괜찮다. 대신, 내가 하기 싫지 않은 것부터 시도해 보자. 가벼운 글쓰기, 음악 듣기, 정원 가꾸기, 봉사활동, 작은 여행… 이 모든 시도는 결국 ‘하고 싶은 것’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여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가볍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만으로 의욕과 삶의 온도가 회복되기 시작한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생각으로 찾기보다, 살아보면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것은 항상 어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기울이는 그곳에 있다.

 

마무리하며
 “은퇴 후 진짜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이 말은 어쩌면 지금 나에게 가장 솔직하고 용기 있는 고백일지도 모른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다시 나를 찾아가는 시작점이다. 하고 싶은 것을 당장 찾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어떤 순간이 좋았는지만 알아도 인생은 조금씩 방향을 바꿔 간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하루에 하나씩 살아보는 작고 용감한 시도다. 그리고 그 시도는, 은퇴 후 삶을 ‘소비의 시간’이 아닌 ‘창조의 시간’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