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건 괜찮은데, 혼자뿐인 건 싫다

 – 디지털 시대, 고립과 고독 사이의 감정. 이 글은 이런 분들께 도움이 된다 :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하지만, 문득 외로움을 느끼는 중년
고독은 괜찮지만, 고립감은 견디기 어려운 분
디지털 소통은 많지만, 감정적으로 연결된 사람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혼자만의 루틴과 사람과의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싶은 분
내 감정을 더 이상 디지털 기계와 스마트폰 화면에 기대고 싶지 않은 분

 언제부터인가 혼자 있는 게 좋아졌다. 누구에게 끌려가지도 않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간, 나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사라진다면 누가 먼저 눈치채고 알아줄까?” 혼자 있는 건 익숙하지만, 혼자뿐인 느낌은 감정의 무게를 달리한다. 이 글은 혼자 있음과 혼자뿐임의 차이, 그리고 그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차이 속에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감정을 돌보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1. 고독은 선택이다. 하지만 고립은 우리에게 예고 없이 찾아 온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이다. 그 고독 속에는 나만의 루틴, 회복, 사색, 정돈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의 안부 연락이 며칠째 오지 않을 때, 카톡방에서 아무도 나를 태그하지 않을 때,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 때 ‘혼자뿐’이라는 감정이 고개를 든다. 고독은 내적 확신에서 시작되지만, 고립은 관계의 단절감에서 시작된다. 중년이 되면 이 감정은 더 빈번해진다. 친구와의 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자녀와의 소통은 기능적으로 바뀌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감정을 교류하는 공간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수록 고립은 내 마음 속 한 구석에 조용히,그리고 깊게 스며든다.

 

2. 디지털 연결이 고립을 더 깊게 만드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톡 한 줄이면 연락할 수 있고, SNS에 사진 하나만 올려도 수십 개의 반응이 온다. 하지만 그 연결은 ‘내 감정을 진짜로 받아주는 사람’과의 연결이 아닐 수도 있다.

 

예: 오늘 하루 감정이 뒤죽박죽이었는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인스타그램엔 웃는 사진을 올리는 나
     단톡방에선 다들 떠드는데 그 안에 끼지 못하고 조용히 읽고만 있는 나. 이런 ‘가짜 연결’은 진짜 관계보다 더 큰 정서적 피로를 만든다. 고립은 ‘사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보이지 않는 상태’**일 때 더 크게 느껴진다.

3. "혼자뿐인 느낌"은 감정회로의 경고 신호다
 사례를 보자. 이정희(가명, 56세) 씨는 퇴직 이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싶어 했다. 커피 한 잔을 혼자서 조용하게 창문을 바라보며 먹어보고, 처음엔 여유롭고 조용하고 그런 것들이 너무 좋게 느껴졌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고 나니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날이 늘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가 끝나는 날, 그녀는 어느 순간 뺨에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혼자 있는 게 좋은 줄 알았는데, 어쩌면 그건 그냥 익숙해졌던 외로움이었던 것 같아요.”  중년이 된다는 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누군가와 감정이 닿아 있지 않다면, 우리는 모르게 감정의 저수지가 말라간다.

 

4. 고립의 감정을 감추지 말고, 꺼내는 연습
 혼자뿐인 느낌이 들 때 많은 사람은 그걸 참는다. 왜냐하면 ‘외롭다’고 말하는 게 왠지 약해 보이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Q. 고립감을 느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A. 나 스스로에게 묻기
 “나는 지금, 누군가와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는가?” “오늘 하루, 내 마음을 표현한 순간이 있었나?” “지금 내 감정은 어디에 쌓여 있는가?”
이런 질문은 감정 회복의 시작점이 되어준다.

5. ‘혼자 있고 싶음’과 ‘혼자뿐인 느낌’을 구별하는 방법
 그러면 혼자 있는 걸 즐기는 것과 외로운 감정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여기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준비했다. 질문 느낌
-오늘 하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끝났는가? 고립의 신호
-누군가와 대화를 피하고 있는가? 감정 고갈
-SNS 반응이 오지 않으면 불안하고 신경쓰이는가? 외로움 누적
-나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하는 감정 표현이 점점 줄고 있는가? 고립의 진전
이 질문에 ‘그렇다’가 많을수록, 당신은 지금 ‘혼자뿐’이라는 감정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한 거니까.

 혼자 있다는 건 스스로를 위한 고요함이고, 혼자뿐이라는 건 감정의 끈이 풀린 상태다. 고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고 느껴지지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생기는 결과다. 그러니 오늘은 누구에게든 짧은 안부 한 마디를 건네보자. “잘 지내?”
그 한 줄이 나도, 그리고 상대도 ‘혼자뿐’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정하고 기억하자. 인간은 더불어 살기를 좋아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건 약한 게 아니다.  그건 아직 ‘연결을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지는 순간은, 지금 내 마음이 나 자신을 불러주고 있다는 신호다. 감정을 돌보는 일은, 다른 사람도 아닌 언제나 나로부터 시작된다. 오늘 나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보자. 그 따뜻한 한마디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가장 진실한 증거가 되어줄 테니까.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중년의 외로움, 사실은 알림 소리로 채워왔던 감정이었다

유튜브만 보면 시간이 사라져요

 

 

'뉴스 중독'에서 벗어나기 -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하여